아케비의 세일러복, 귀멸의 칼날, 쿠로코의 농구, 나루토 등 가난이라는 소재는 애니메이션화되는 만화 내에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왜일까.
한마디로 가난이라는 소재는 상업적인 팔리는 만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요소는 아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만화라는 것도 결국에는 문화상품, 즉, 스토리와 캐릭터를 고객에는 파는 상품이라서 너무 현실적으로 부정적인 부분을 드러내면 이게 만화라는 상품의 판매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니까 그런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돌고돌아 상업성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만화라는 것도 연령대로 10대 이상, 경제적으로는 중산층 이상을 위한 소비자를 위한 엔터테인먼트enterainment 상품이니까, 팔리는 요소를 넣고 만화를 제작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만화가 연재하는 만화잡지의 성격에 따라 다른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애니메이션화되는 만화를 보면 애니메이션 제작사에게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그런 성향을 지닌 만화가 애니메이션화되는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화가 되는 만화에서 드러나는 가난함의 묘사는 캐릭터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 그 정도의 가난함은 아닌 것 같습니다. 캐릭터 중 설정상으로 가난한 것은 있는데, 가난으로 인한 우울, 그런 가난함에서 오는 상황적 절박감(돈이 부족해서 병을 치료할 수 없거나, 전기세를 낼 수 없거나, 음식을 구매할 수 없거나,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없거나 등), 그런 것이 보이질 않습니다. 가난으로 인한 감정적 우울이나 무기력 등이 묘사되지 않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노력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물리적 환경, 캐릭터의 멘탈을 지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가난함이라는 소재는 만화, 애니메이션에서 다루기 힘든 소재인 것 같습니다. 가난함이라는 소재는 현실이나 다큐멘터리에서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요.
푸념도 습관이다라는 책에서도 말하길 불평과 하소연은 주변 사람들을 떠나가게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경제적으로 인간관계로 힘들다라고 자주 말하는 사람과는 가까이 하고 싶기 보다는 멀리하고 싶을 겁니다. 나에게 푸념을 자주 하게 되는 사람의 말을 자주 듣다보면, 이 사람은 나를 감정쓰레기통이라는 여기는 걸까, 라는 기분이 들겁니다.
만화 속 가난이라는 소재는 이런 것과 비슷한 거 아닐까, 생각합니다. 만화를 돈을 내고 보는 소비자에게 있어 기분을 업up보다는 다운down하게 만드는 것에 가까운 소재가 가난이니까요.
만화작가가 일상물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가난과 돈이 부족해서 생기는 결핍을 그리지 않는 것 때문인지, 아케비의 세일러복의 주인공 아케비를 비롯 대다수의 캐릭터들의 외모, 말, 행동을 보면 경제적으로 부족함없이 곱게 자라온 아이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가난으로 인해 성격이나 표정이 찌들어 그늘지고 뒤틀린 모습이 없고, 자기가 자라온 환경을 당연하게 여기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아케비를 비롯 대다수 캐릭터가 "우리집은 돈이 없어서 네가 원하는 것은 다 사줄 수는 없어"라는 말을 들을 필요가 없는 환경에서 자라온 캐릭터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키워준 부모나 보호자로부터 무언가를 강요당하는 그런 것이 없고, 자기 의견이나 제안이 묵살되지 않는 그러한 이상적인 환경에서 자라온 캐릭터들 같은 느낌입니다.
중산층 이상 경제적으로 부족함없이 자라오고,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와 인격형성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자상한 보호자, 집을 떠나 학교라는 새로운 사회에서 동급생들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회성 및 사교성, 좋은 학교에 들어갈 정도로 학업적으로 우수함에 있어서 따라오는 자신감self esteem,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 대한 피해의식, 혐오라는 감정이 없어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말을 뱉지 않고, 언제나 긍정적으로 말하는 명문 중학교에 다니는 1년생을 구체화한 것이 아케비라는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구김살 없이 자라와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있고, 비극적 현실을 견디고 가까스로 명랑함을 유지한 것이 아닌, 원래부터 정서적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라와 현실과 자기 욕구에 집중할 수 있는 태도가 보이는 이상적인 소녀라는 것이 아케비라는 캐릭터 같습니다. 미소녀의 청춘을 보여주는 치유계 일상물이다 보니까, 캐릭터 설정이나 인간관계나 스토리에서 악역이나 비극적 사건은 배제되는 이상적인 환타지가 적용된 느낌입니다.
'문화. 만화 애니 게임 서브컬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년점프/고찰 - 연재 만화 중 배틀물 장르 주인공의 변화 (0) | 2021.04.27 |
---|---|
쿠로코의 농구/애니메이션 - 영어 더빙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0) | 2021.04.25 |
소년점프/리뷰 - 소년점프가 남성독자작품을 강화하는 목적 외 (0) | 2021.03.29 |
극장판 나루토 시리즈/리뷰 - 주인공인 나루토를 돋보이게 하는 안티테제 캐릭터에 대해 느낀 바가 있습니다 (0) | 2021.03.27 |
블랙 라군 /리뷰 - 도덕보다는 자기 욕구로 움직이는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는 액션/하드보일드 애니메이션 (0) | 2021.03.21 |